조흥은행 지점장 사건

1. 영동사건,  조흥은행 지점장 사건: 대법원 1984.11.27, 선고, 84도1906, 방위세법위반,배임수재,배임증재,부정수표단속법위반,업무상배임,업무상배임방조,유가증권위조,유가증권위조행사,조세범처벌법위반

2. 판시사항

가. 업무상 배임죄에 있어서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나. 공동정범에 있어서의 공모의 태양
다. 배임수재죄의 성립요건
라. 배임수재죄와 업무상 배임죄 및 배임죄의 관계(경합범)
마. 은행지점장이 은행에 대한 부하직원의 범행사실을 발견하고도 손해의 보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배임행위를 방치한 경우 배임죄의 방조범의 성립여부(적극)

3. 판결요지

가. 업무상 배임죄에 있어서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으로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나. 공동정범의 경우 공범자 전원이 일정한 일시, 장소에 집합하여 모의하지 아니하고 공범자중 1인 또는 수인을 통하여 순차적으로 범의의 연락이 있고 그 범의 내용에 포괄적 또는 개별적인 의사의 연락이나 인식이 있다면 그들 전원이 공모관계에 있다.
다.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청렴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형사범으로서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등을 수수함으로써 성립되고 반드시 수재 당시에도 수재와 관련된 임무를 현실적으로 담당하고 있음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풀이되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은 이상 그 후 사무분담의 변경으로 동 직무를 담당하지 아니하게 된 상태에서 재물 등을 수수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같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고 그 재물 등의 수수가 그 부정한 청탁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면 배임수재죄는 성립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라. 형법 제357조 제1항의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등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어떠한 임무 위배행위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 아닌데 대하여 동법 제256조,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있어야 하고 그 행위로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나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금품을 수수한 것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들 양 죄는 행위의 태양을 전연 달리하고 있어 일반법과 특별법관계가 아닌 별개의 독립된 범죄라고 보아야 하고 또 업무상 배임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단순배임죄의 법정형도 5년 이하의 징역)인데 비하여 배임수재죄의 그것은 업무상 배임죄의 법정형 보다 경한 5년 이하의 징역이므로 업무상 배임죄가 배임수재죄에 흡수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결과적 가중범의 관계에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위 양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의율처단하였음은 정당하다.
마. 형법상 방조는 작위에 의하여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경우는 물론, 직무상의 의무가 있는 자가 정범의 범죄행위를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방지하여야 할 제반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부작위로 인하여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경우에도 성립된다 할 것이므로 은행지점장이 정범인 부하직원들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그들의 은행에 대한 배임행위를 방치하였다면 배임죄의 방조범이 성립된다.

【상 고 인】
피고인 전원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후의 미결구금일수중 70일씩을 피고인 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그 본형에 각 산입한다.

4. 판결이유

제1. 피고인 1, 3, 4, 5, 6의 각 변호인들 및 피고인 4, 5, 7, 8의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가.  피고인 1, 5, 8, 9에 대한 유가증권위조, 동행사의 점에 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의 거시증거 및 원심이 들고 있는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피고인들에 대한 판시 유가증권위조, 동행사 사실을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따라서 작성권자인 당시의 공소외 1 주식회사 중앙지점장 피고인 10의 승인 또는 묵인하에 유가증권을 작성한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고 또 위 이 택구의 승인 또는 묵인하에 작성되었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유가증권위조, 동행사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없다.

나.  피고인 1, 9에 대한 업무상 배임의 점에 관하여
약속어음의 발행인을 위하여 지급보증을 한 자의 어음상 채무는 주된 채무(피보증채무)에 대한 종속성 내지 부종성이 있어 어음발행인의 어음상의 채무가 존재할 경우에만 인정되므로 그 어음발행이 방식의 흠결 등으로 인하여 처음부터 무효인 경우에는 그 지급보증인의 보증채무 역시 발생할 여지가 없다함은 소론과 같다 하겠으나 원심이 인용하는 제1심 판결의 거시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부정한 방법으로 공소외 1 주식회사 중앙지점장 명의의 한도외 지급보증이 되었다는 소론 약속어음(제1심판결 별지 제1, 2, 3 “부정지급보증어음발행일람표”기재 약속어음)은 모두 어음요건이 기재되어 그 방식에 하자없는 유효한 어음으로 발행된 사실이 인정될 뿐 아니라 위 어음들은 사채업자에게 할인 유통된 후 그 각 지급기일에 공소외 1 주식회사 중앙지점에 지급제시되어 그 지급이 완료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약속어음이 유효하게 발행된 사실을 인정하고 위 어음에 부정지급보증을 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배임죄를 인정한 제1심 판결을 인용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피고인들이 증거인멸을 위하여 이건 범행후 공소외 1 주식회사중앙지점에서 위 부정지급보증한 약속어음을 회수한 결과 이건 범죄를 뒷받침하는 증거로서 위에든 약속어음을 제출하지 못하였고 범행사실을 특정함에 있어서 위에든 약속어음의 어음번호와 지급보증번호를 일일이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데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원심이 인용하는 1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심리미진의 흠이 있다고도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다.  피고인 4, 5, 6, 7에 대한 업무상 배임의 점에 관하여
업무상 배임죄에 있어서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으로 손해를 가한 경우 뿐만 아니라 실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할 것인바,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의 판시 1, 2의 각 (가), (나), (다)항의 업무상배임 소위는 본점의 승인을 받지 아니한 채 공소외 2 주식회사 또는 공소외 3 주식회사 각 발행의 약속어음에 지점장 명의의 한도외 지급보증을 하여 그 효력이 발생함으로서 위 회사들에게 그 지급보증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케 하고 본인인 공소외 1 주식회사에게 그에 상당한 실해발생의 위험을 초래케 하였다고 할 것이며 이로써 그배임행위는 완성되어 기수에 이르렀다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업무상 배임행위의 완성 내지 기수시기에 관하여 위와 같은 견해를 따르면서도 그 지급보증의 진위여부에 대한 확인조회시 진정하게 지급보증된 것이라는 취지의 허위답변을 한 피고인들의 행위를 가지고 마치 동 배임의 실행행위 일부를 분담한 것 같이 설시한 제1심 판시를 그대로 인용하였으므로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그 이유설시 과정에 다소 잘못이 있다 할 것이나 한편 공동정범의 경우 공범자 전원이 일정한 일시, 장소에 집합하여 모의하지 아니하고 공범자 중 1인 또는 수인을 통하여 순차적으로 범의의 연락이 있고 그 범의내용에 포괄적 또는 개별적인 의사의 연락이나 인식이 있다면 그들 전원이 공모관계에 있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이 공모한 후 공범자 중 일부가 범죄실행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다른 공모자가 분담실행하여 한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의 책임이 있다 할 것인바,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시 사실에 의하면 공소외 2 주식회사의 회장인 상피고인 1 또는 공소외 3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4 등은 은행의 상업어음보증제도를 악용하여 그 경영회사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 중앙지점의 차장인 공소외 5와 모의하여 본점의 승인을 받지 아니한 채 동 지점장 명의의 부정한 지급보증을 받기로 계획하는 한편 범행 발각을 예방하기 위한 사전조치의 하나로서 공소외 5를 통하여 위 지급보증사무를 원래 담당하는 대부계 직원인 피고인들에게 위 지급보증의 진위에 관한 확인조회가 있을 경우 그 지급보증이 진정하게 지급보증된 것이라는 취지의 허위답변을 하여달라는 부탁을 하고 피고인들이 이에 응함으로써 피고인들은 공소외 5를 통하여 순차적으로 상피고인 1 또는 공소외 4 등과 위 부정지급보증에 공모하였다는 것으로서 그 거시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아도 위 피고인들 사이에 1심판시와 같은 공모관계가 있음을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피고인들이 직접 위 부정지급보증행위에 가담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들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공범자들에 의하여 그 부정지급보증의 행위가 이루어진 이상 피고인들은 그 부정지급보증에 따른 업무상배임의 공동정범으로서 그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니 원심판결은 결과에 있어서 정당하다 할 것이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라.  피고인 3, 4에 대한 배임수재의 점에 관하여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청렴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형사범으로서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등을 수수함으로써 성립되고 반드시 수재당시에도 수재와 관련된 임무를 현실적으로 담당하고 있음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풀이되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은 이상 그 후 사무분담의 변경으로 동 직무를 담당하지 아니하게 된 상태에서 재물 등을 수수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같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고 그 재물 등의 수수가 그 부정한 청탁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면 배임수재죄는 성립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3은 위 중앙지점의 지점장으로 동 지점의 지급보증사무 등 업무전반을 관장하다가 1981.8.25 본점으로 전근된 이래 검사부장 또는 신용조사부장으로 근무하였고 피고인 4는 동 지점의 대부계 대리로서 지급보증사무를 담당하다가 1982.3.5 본점으로 전근되면서부터 그 사무에서 떠나게 되었는데 위 피고인들은 동 지점에서 위 지급보증사무를 처리할 당시의 판시와 같은 부정한 청탁과 관련하여 위와 같이 전근한 뒤에 피고인 3은 그 판시 4의 (가)항중 별지 30의 3, 4, 5, 7번 기재 각금원 도합 금 117,000,000원을, 피고인 4는 그 판시 4의 (마)항중 별지 33의 24번 기재 금 50,000,000원을 각 수수하였다는 것으로서 그 거시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아도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적법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배 등의 위법이 있음을 찾아볼 수 없으며, 또 이를 배임수재죄로 의율한 원심의 조치는 앞에서 본견해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니 논지는 어느 것이나 이유없다.

마.  피고인 3, 4, 5의 죄수에 관한 법리오해 점에 관하여 형법 제357조 제1항의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등을 취득하므로서 성립하는 것이고 어떠한 임무위배행위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 아닌데 대하여 동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있어야 하고 그 행위로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므로서 성립하는 것이나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금품을 수수한 것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들 양죄는 행위의 태양을 전연 달리하고 있어 일반법과 특별법 관계가 아닌 별개의 독립된 범죄라고 보아야 하고 또 업무상 배임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단순배임죄의 법정형도 5년 이하의 징역)인데 비하여 배임수재죄의 그것은 업무상 배임죄의 법정형보다 경한 5년 이하의 징역이므로 업무상배임죄가 배임수재죄에 흡수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결과적 가중범의 관계에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심이 양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의율처단하였음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죄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으므로 논지 이유없다.

바. 위 피고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1의 양형부당의 점에 관하여
이건 범행은 극히 치밀한 방법으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고 피고인이 그 총수로서 범행 전체를 주도하여 왔으며 피해액이 천문학적 숫자에 달하여 우리나라 경제질서에 혼란을 야기시킨 점과 기타 양형조건이 되는 제반사정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니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양형은 정당하고 같은 피고인에 관하여 소론과 같은 제반사정이 있다고 하여 위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에 대한 논지는 이유없다.
(2) 피고인 9에 대한 조세포탈의 점에 관하여
원심 및 원심이 인용하는 제1심 판결 거시의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공소외 6주식회사의 1982사업년도 법인세 및 동 방위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납부함에 있어서 원판시의 노무비 등을 2중으로 계상하여 원판시의 세금이 포탈된 사실, 위와 같은 세금포탈이 당시 위 회사의 대표이사이던 피고인 9의 지시 내지 묵인하에서 이루어진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조세포탈죄를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증거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한 위법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에 대한 논지는 이유없다.
(3) 피고인 3의 양형부당의 점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여 양형조건이 되는 제반사정을 종합하여도 피고인에 대한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4) 피고인 4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에 대한 배임수재의 점중 1심판시 4의(마) 별지 33의 24번 기재 금 50,00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원에 관한 배임수재부분을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적시의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그 판시와 같은 부정한 청탁과 관련하여 금품의 수수가 이루어진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배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논지는 이유없다.
(나) 상급자에 의해 강요된 행위라는 소론 주장은 사실심에서 주장한 바 없어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5) 피고인 7에 대한 배임수재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이 1982.3.말경 금 2,000,000원과 동년 5.말경 금 10,000,000원을 상피고인 1이 공소외 5를 통하여 지급보증 허위확인에 대한 사례 및 청탁취지로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의 거시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피건대, 피고인에 대한 동 판시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며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고 또한 피고인이 1982.5.말경 금 10,000,000원을 배임수재하였다고 검찰에서 자백한 것은 검찰의 엄문에 의한 허위자백으로서 증거능력이 없는 것을 유죄증거로 채용한 위법이 있다는 논지는 피고인의 일방적 주장일 뿐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6) 피고인 5 변호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업무상 배임의 점에 관하여
원심이 거시한 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그 인용의 제1심 판시 2의(가)항 업무상 배임에 관하여 피고인이 제1심법정에서 이를 자백하고 있고 상피고인 4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제1심 공동피고인 에 대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가 위 자백을 뒷받침하고 있으므로 그 판시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자백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며 또 원심이 그 항소이유 판단에서 따로 그 증거들을 거시하고 있으므로 소론과 같은 이유불비, 모순의 위법이 있다고도 할 수 없어 논지는 어느 것이나 이유없다.
(나) 배임수재의 점에 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적시의 증거들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위 중앙지점의 법인대부계 행원으로서 지급보증사무를 처리한 당시 받은 그 인용의 제1심 판시 4의 (사)항중 1981.6.1 이전의 금원수수 부분 또한 그 판시와 같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사실과 피고인이 1981.9.1 본점으로 전근되어 동 사무에서 떠난 뒤에도 위지급보증사무에 재직시 받은 위 부정한 청탁과 관련하여 그 판시 별지 36의 18, 19, 20번 기재 금원을 수수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되므로 원심의 그 사실인정은 적법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전직후의 수재한 사실도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 함은 앞에서 본바와 같다)
(7) 피고인 6 변호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업무상 배임의 점에 관하여
(기역)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 적시의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 보면 그 인용의 판시 2의 (나)항 업무상 배임에 관하여 피고인은 제1심 법정에서 이를 자백하고 있고 상피고인 4 등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제1심 공동 피고인 에 대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중 그 기재내용이 이에 부합되고 있어 위 자백을 뒷받침하고 있으므로 그 판시 사실인정은 적법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없어 논지는 이유없다.
(니은) 피고인에 대한 나머지 업무상 배임부분에 관하여
피고인만이 그 부정지급보증의 진위확인조회에 응한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이 직접 그 조회에 응하지 아니한 부분에 대하여는 업무상 배임의 죄책을 질 수 없다는 논지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정지급보증에 공모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업무상 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그 이유없다.
(나) 배임수재의 점에 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 적시의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검사작성의 고정숙에 대한 진술조서 중 피고인으로부터 금원을 받은바 있다는 진술기재 부분 등이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을 뒷받침하고 있으므로 그 인용의 판시 4의 (아)항 배임수재 사실이 그대로 인정되는바 원심의 사실인정은 적법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없어 논지 또한 이유없다.

제2. 피고인 11 변호인들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피고인과 상피고인 1에 대한 검찰의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부정한 청탁을 주고 받은 일이 있다는 자백부분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아도 임의성이 없는 허위진술이라거나 경험칙과 논리칙에 위배하여 신빙성이 없는 것이라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오히려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이나 상피고인 1이 검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협박 등으로 허위사실을 진술한 바 없다고 하여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임의의 진술임을 자인하고 있으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의 거시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한 판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백병원에 입원시 상피고인 1을 만나 본 사실도 없고 피고인의 처가 피고인 1로부터 금 1,000만원을 받은 것을 수일후에 알았으며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중 1983.4.하순경 금 3,000만원을 피고인 1로부터 받은 사실이 없고 또 피고인 1로부터 금 7,000만원을 받았으나 사태수습후 반환하기 위하여 공소외 정기근에게 일시 보관한 것에 불과하다는 논지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국 원심판결은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으므로 논지 이유없다.

제3. 피고인 2 변호인들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검사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피건대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진술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임의의 진술임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검찰에서 신문을 받기전 잠시 무릎을 꿇은 사실이 있다는 진술만으로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정도의 자료가 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의 위 진술내용을 살펴보아도 범행, 동기와 경위가 논리정연하고 관련 피고인들 및 참고인들의 진술과도 일치하며 또 그 밖에 원심판결이 들고 있는 증거와도 부합하고 있어 이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진술내용이 신빙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의 거시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은 부하직원인 정범들이 어음부정지급보증과 당좌부정결재의 방법으로 공소외 2 주식회사에 대하여 자금융통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였으면서도 이미 발생한 손해의 보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이를 방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형법상 방조는 작위에 의하여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경우는 물론 직무상의 의무가 있는 자가 정범의 범죄행위를 인식하면서도 그 것을 방지하여야 할 제반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부작위로 인하여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경우에도 성립된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당시 공소외 1 주식회사 중앙지점장으로서 정범인 부하직원들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그들의 동 은행에 대한 배임행위를 방치한 소위에 대하여 원심이 같은 취지로서 배임죄의 방조범으로 의율처단한 조치는 정당하므로 논지 이유없다.

제4. 피고인 10 변호인들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원심판결에서 피고인이 방조하였다고 본 업무상 배임행위의 내용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공소외 1 주식회사 중앙지점과 당좌거래를 하던 공소외 2 주식회사 및 공소외 3 주식회사 발행의 당좌수표나 약속어음이 같은 지점에 지급제시 되었으나 그 지급을 구하는 액면금액이 위 회사들의 당좌예금 잔고 또는 당좌대월의 한도액을 초과할 경우 위 지점의 당좌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는 그 초과금액 상당의 자금이 당좌예금으로 입금되지 아니하는 한 당좌대월의 한도를 늘려 그 늘어난 한도내에서 추가 대출할 자금으로 어음금을 지급결제하던지 아니면 예금부족을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여 부도처리를 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위 지점의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사이에 같은 지점의 당좌담당 차장 또는 대리로 근무하던 원심 상피고인 1, 2, 3, 4 및 공소외 5 등은 위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제1심 판결 이유 제3의 (사), (아), (자), (카) 기재와 같이 위 회사들로부터그 익일에 교환에 돌려져 결제되는 위 결제 부족액 상당의 같은 회사 발행타점 당좌수표를 받아 놓고 관계서류에는 당일 결제되는 자기앞수표가 같은 회사의 당좌예금으로 입금된 것처럼 기장한 후 위 결제부족액을 은행자금으로 지급결제하여 주었다는 것인바, 이와 같은 내용의 결제방법은 당좌대월으로서의 형식을 갖추지 아니하였을 뿐 실질적으로는 위 회사들에게 당좌대월을 하여준 것과 같은 편익을 제공한 것이고 그 결과 당좌 대월이자 상당의 은행수입을 상실한 이상 이로서 공소외 1 주식회사에게는 그 결제된 자금에 대한 1일이자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 할 것이며 위와 같이 부정결제된 약속어음 중에 공소외 1 주식회사 중앙지점장 명의의 한도외 지급보증이 되어 있는 어음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 결제는 같은 지점이 부담하는 지급보증채무의 이행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어음발행인인 위 회사들에게 은행자금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지급 결제한 사실이 기록상 인정되는 이상 그 한도의 지급보증에 따른 업무상 배임과는 별도로 그 결제자금에 대한 당좌대월 이자상당의 은행수입을 상실하였음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행위를 방조한 피고인의 소위를 모두 업무상배임방조죄로 의율한 1심판결을 인용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따라서 원심이 위에든 부정결제행위 자체를 업무상배임죄로 의율하는 동시에 이와는 별도로 그 이자 미징수행위를 별개의 배임죄로 의율하였다는 전제에서 원심판결을 비의한 논지는 원심판시 내용을 오해한 것으로서 독자적인 견해에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나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어느 것이나 이유없다.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의 거시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그 부하 직원인 정범들의 당좌부정결제 행위를 알면서도 은행지점장으로서 취하여야 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업무상 배임행위를 방조하였다는 원심판시 범죄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그 증거취사와 사실인정 과정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피고인 이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한 은행의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하여 소론과 같은 노력을 경주하였다 하여도 이는 정상에 참작할 사유는 될지언정 범죄의 성립에 아무런 소장을 가져오지 못한다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논지 역시 이유없다.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각 상고는 모두 이유없다하여 기각하고 피고인 2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상고후의 미결구금일수 중 그 일부를 그 본형에 각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정철(재판장) 정태균 이정우 김형기

5. 국가기록원 나라기록 자료

가. 영동사건

나. 발생원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을 그 근거로 하였다.

다. 내용
대검찰청은 1983년 10월 영동개발 그룹 및 新韓주철㈜이 관련된 조흥은행 금융부정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
발표문의 요지는 영동개발진흥회장 이복례는 당시 조흥은행 중앙지점장 등 관련은행원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주고 공모하여 1980년 2월부터 1983년 9월까지 정상적인 지급보증절차를 밟지 않고 지점장 직인, 지급보증도장 등을 영동개발진흥명의의 어음에 부정날인하는 방법으로 모두 1,019억원 상당의 부정보증어음을 발행하여 시중에 유통시키고, 신한주철(주)대표이사 손창선도 같은 방법으로 278억원 상당의 부정보증어음을 발행하여 시중에 유통시켰다는 것이다(대법원 1984. 11. 17. 선고 84도1906 판결).
이 사건으로 영동의 이복례회장 부자와 이헌승 조흥은행장 등 29명이 구속되었다. 이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범행이 극히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피해액이 천문학적 숫자에 달하는 등 우리나라의 경제질서에 혼란을 야기하는 등으로 방위세법위반,배임수재,배임증재,부정수표단속법위반,업무상배임,업무상배임방조,유가증권위조,유가증권위조행사,조세범처벌법위반으로 처벌하였다.

라. 참고자료
강만수,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삼성경제연구소, 2005.
법무부, 법무부사, 법무부 편찬위원회, 1988.
서울고등법원 1984. 7. 16. 선고84노724판결
대법원 1984. 11. 17. 선고84도1906판결

마. 집필자
박종선(백석대학교 법정학부 교수)

그랜드 백화점 사건

1. 그랜드백화점 사건: 대법원 1997.3.14, 선고, 96도1639, 상표법위반·부정경쟁방지법위반

2. 판시사항

[1] 형법상 방조행위가 부작위에 의하여도 성립되는지 여부(적극)
[2] 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
[3] 백화점 입점점포의 위조상표 부착 상품 판매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백화점 직원에 대한 부작위에 의한 상표법위반 방조 및 부정경쟁방지법위반 방조의 성립 여부(적극)

3. 판결요지

[1]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작위에 의한 경우뿐만 아니라 부작위에 의하여도 성립된다.
[2] 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작위에 의한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3] 백화점에서 바이어를 보조하여 특정매장에 관한 상품관리 및 고객들의 불만사항 확인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자신이 관리하는 특정매장의 점포에 가짜 상표가 새겨진 상품이 진열·판매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였다면 고객들이 이를 구매하도록 방치하여서는 아니되고 점주나 그 종업원에게 즉시 그 시정을 요구하고 바이어 등 상급자에게 보고하여 이를 시정하도록 할 근로계약상·조리상의 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알고서도 점주 등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하거나 상급자에게 이를 보고하지 아니함으로써 점주로 하여금 가짜 상표가 새겨진 상품들을 고객들에게 계속 판매하도록 방치한 것은 작위에 의하여 점주의 상표법위반 및 부정경쟁방지법위반 행위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경우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백화점 직원인 피고인은 부작위에 의하여 공동피고인인 점주의 상표법위반 및 부정경쟁방지법위반 행위를 방조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변호인】
법무법인 해마루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노무현 외 2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4. 판결이유(수정 편집)

가. 사실관계

피고인은 그랜드 백화점 잡화부 소속 직원으로 잡화매장 관리업무를 담당하면서 공동피고인 1이 운영하는 잡화매장에서 가짜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세린느(CELINE), 디케이앤와이(DKNY), 게스(GUESS) 상표가 새겨진 혁대를 판매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제지하거나, 상급자에게 보고하여 판매를 금지하도록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그랜드 백화점에서는 백화점과 계약을 하고 입점한 업주측에서 직원과 제품을 모두 책임지고 판매하는 특정매장의 경우 그 취급하는 상품에 대하여도 원칙적으로 상품관리과(검품과)에서 상품의 수량과 품질을 검사한 후 태그(tag, 0g그랜드 백화점0h이라는 상호와 가격 및 바코드가 표시되어 있는 것)를 부착하여 전시·판매하도록 하고 있는데, 특정매장의 입점업체가 많은 양의 제품을 일시에 납품하는 경우에는 입점업체에서 백화점 태그를 미리 제품에 부착하여 검품과에서 표본검사의 형태로 검품을 받아 납품을 하거나 입점업체의 판매사원이 태그를 부착하기도 하여 특정매장의 상품에 관하여는 입점업체에 의하여 주로 상품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백화점 잡화부 소속 직원의 경우 바이어(주임, 계장, 대리의 직급)가 특정매장에 대한 입점계약의 체결, 매장관리, 고객관리, 상품관리를 담당하고 있어 특정매장의 경우에도 검품과정을 거쳐 상품이 매장에 나온 후에는 백화점 잡화부에서도 그 상품관리와 고객관리를 하게 되어 있다.
잡화부 소속 평사원으로 바이어를 보조하는 피고인 2도 수시로 매장에 나가 고객들의 불만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계약된 물품이 매장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업무를 수행하여 왔고 이 사건 당시 피고인 2은 담당 매장을 하루에도 10여 차례씩 순회하여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공동피고인 1 경영의 특정매장 점포에서 위와 같이 가짜 상표가 새겨진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제지하거나 상급자인 바이어 등에게 보고하여 이를 제지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피고인 1은 위 가짜 상표가 새겨진 혁대 등을 계속하여 판매할 수 있었다.

나. 판단

(1)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작위에 의한 경우뿐만 아니라 부작위에 의하여도 성립되는 것이고( 대법원 1984. 11. 27. 선고 84도1906 판결, 대법원 1985. 11. 26. 선고 85도1906 판결, 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도456 판결 등 참조), 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작위에 의한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도2951 판결, 대법원 1996. 9. 6. 선고 95도2551 판결 등 참조).

(2) 그랜드 백화점에서 바이어를 보조하여 특정매장에 관한 상품관리 및 고객들의 불만사항 확인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안병명으로서는 자신이 관리하는 특정매장의 점포에 가짜 상표가 새겨진 상품이 진열·판매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였다면 고객들이 이를 구매하도록 방치하여서는 아니되고 점주인 홍상봉이나 그 종업원에게 즉시 그 시정을 요구하고 바이어 등 상급자에게 보고하여 이를 시정하도록 할 근로계약상·조리상의 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위 피고인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서도 홍상봉 등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하거나 상급자에게 이를 보고하지 아니함으로써 홍상봉이 가짜 상표가 새겨진 위 상품들을 고객들에게 계속 판매하도록 방치한 것은 작위에 의하여 홍상봉의 판시 각 상표법위반 및 부정경쟁방지법위반 행위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경우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안병명은 부작위에 의하여 홍상봉의각 상표법위반 및 부정경쟁방지법위반 행위를 방조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송진훈

조카 익사 사건

1. 조카 익사 사건 대법원 1992.2.11, 선고, 91도2951, 판결

2. 판시사항

가. 부작위에 의한 작위범의 요건
나. 살해의 의사로 위험한 저수지로 유인한 조카(10세)가 물에 빠지자 구호하지 아니한 채 방치한 행위를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로 본 사례

3. 판결요지

가.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불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작위에 의한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인이 조카인 피해자(10세)를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저수지로 데리고 가서 미끄러지기 쉬운 제방 쪽으로 유인하여 함께 걷다가 피해자가 물에 빠지자 그를 구호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를 익사하게 한 것이라면 피해자가 스스로 미끄러져서 물에 빠진 것이고, 그 당시는 피고인이 살인죄의 예비 단계에 있었을 뿐 아직 실행의 착수에는 이르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숙부로서 익사의 위험에 대처할 보호능력이 없는 나이 어린 피해자를 익사의 위험이 있는 저수지로 데리고 갔던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물에 빠져 익사할 위험을 방지하고 피해자가 물에 빠지는 경우 그를 구호하여 주어야 할 법적인 작위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피해자가 물에 빠진 후에 피고인이 살해의 범의를 가지고 그를 구호하지 아니한 채 그가 익사하는 것을 용인하고 방관한 행위(부작위)는 피고인이 그를 직접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형법상 평가될 만한 살인의 실행행위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4. 판결이유

가. 법리

형법 제18조에 의하면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作爲義務)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부작위(不作爲)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은 것이어서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작위에 의한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사실관계 및 대법원 판단

The upper Kaitoke reservoir, above Upper Hutt,...

피고인은 조카인 피해자 이원도(10세) 와 이원경(8세) 을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피해자들을 불러내어 미리 물색하여 둔 저수지로 데리고 가서 인적이 드물고 경사가 급하여 미끄러지기 쉬운 제방쪽으로 유인하여 함께 걷다가, 피해자 이원도로 하여금 위와 같이 가파른 물가에서 미끄러져 수심이 약 2미터나 되는 저수지 물속으로 빠지게 하고, 그를 구호하지 아니한 채 앞에 걸어가고 있던 피해자 이원경의 소매를 잡아당겨 저수지에 빠뜨림으로써 그 자리에서 피해자들을 익사하게 하였다.

피해자 이원도가 스스로 미끄러져서 물에 빠진 것이고, 그 당시는 피고인이 살인죄의 예비단계에 있었을 뿐 아직 실행의 착수에는 이르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숙부로서 위와 같은 익사의 위험에 대처할 보호능력이 없는 나이 어린 피해자들을 급한 경사로 인하여 미끄러지기 쉬워 위와 같은 익사의 위험이 있는 저수지로 데리고 갔던 것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들이 물에 빠져 익사할 위험을방지하고 피해자들이 물에 빠지는 경우 그들을 구호하여 주어야 할 법적인 작위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 이원도가 물에 빠진 후에 피고인이 살해의 범의를 가지고 그를 구호하지 아니한 채 그가 익사하는 것을 용인하고 방관한 행위(부작위)는 피고인이 그를 직접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형법상 평가될 만한 살인의 실행행위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피해자 1에 대한 살인죄를 적용한 것으로 보이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살인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논지도 이유가 없다.

대법관 윤관(재판장) 최재호 김주한 김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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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상군 유괴살해 사건

1. 이윤상군 유괴살해 사건, 주교사 사건
대법원 1982.11.23, 선고, 82도2024,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체유기,자살교사미수,도박

2. 판시사항

가. 피감금자에 대한 위험발생을 방지함이 없이 방치한 경우 살인죄의 성부
나.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한 사례
다. 미성년자의 약취, 유인에는 가담한 바 없으나 그 후 그 정을 알면서 이를 미끼로 한 뇌물요구행위에 가담한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2항 제1호 위반죄의 종범에 해당하는지 여부

3. 판결요지

가. 피고인이 미성년자를 유인하여 포박 감금한 후 단지 그 상태를 유지하였을 뿐인데도 피감금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면 피고인의 죄책은 감금치사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나아가서 그 감금상태가 계속된 어느 시점에서 피고인에게 살해의 범의가 생계 피감금자에 대한 위험발생을 방지함이없이 포박감금상태에 있던 피감금자를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사망케 하였다면 피고인의 부작위는 살인죄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기에 충분하므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구성한다.

나. 피해자를 아파트에 유인하여 양 손목과 발목을 노끈으로 묶고 입에 반창고를 두 겹으로 붙인 다음 양손목을 묶은 노끈은 창틀에 박힌 시멘트 못에, 양발목을 묶은 노끈은 방문손잡이에 각각 잡아매고 얼굴에 모포를 씌워 감금한 후 수차 아파트를 출입하다가 마지막 들어갔을 때 피해자가 이미 탈진 상태에 이르러 박카스를 마시지 못하고 그냥 흘려버릴 정도였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에 모포를 덮어씌워 놓고 그냥 나오면서 피해자를 그대로 두면 죽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피해자를 병원에 옮기지 않고 사경에 이른 피해자를 그대로 방치한 소위는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에 이르더라도 용인할 수 밖에 없다는 내심의 의사 즉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2항 제1호 소정의 죄는 형법 제287조의 미성년자 약취, 유인행위와 약취 또는 유인한 미성년자의 부모 기타 그 미성년자의 안전을 염려하는 자의 우려를 이용하여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이를 요구하는 행위가 결합된 단순일죄의 범죄라고 봄이 상당하다. 
비록 타인이 미성년자를 약취. 유인한 행위에는 가담한 바 없다 하더라도 사후에 그 사실을 알면서 약취.유인한 미성년자를 부모 기타 그 미성년자의 안전을 염려하는 자의 우려를 이용하여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요구하는 타인의 행위에 가담하여 이를 방조한 때에는 단순히 재물등 요구행위의 종범이 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합범인 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2항 제1호 위반죄의 종범에 해당한다.

4. 이 유

가. 피고인 주 영형의 상고이유를 본다.

Murder Innocents Mormon(1) 피고인이 원판시 미성년자를 유인하여 포박감금한 후 단지 그 상태를 유지하였을 뿐인데도 피감금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면 피고인의 죄책은 소론과 같이 감금치사죄에만 해당한다 하겠으나, 나아가서 그 감금상태가 계속된 어느 싯점에서 피고인에게 살해의 범의가 생겨 위험발생을 방지함이 없이 포박 감금상태에 있던 피감금자를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사망케 하였다면 피고인의 부작위는 살인죄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기에 충분하므로 피고인의 소위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피고인은 1980.11.13. 17:30경 피해자 이윤상을 아파트에 유인하여 양 손목과 발목을 노끈으로 묶고 입에는 반창고를 두겹으로 붙인 다음, 양 손목을 묶은 노끈은 창틀에 박힌 씨멘트못에, 양 발목을 묶은 노끈은 방문손잡이에 각각 잡아매고 얼굴에는 모포를 씌워 포박 감금한 후 수차 그 방을 출입하던중 같은달 15일 07:30경에 피고인이 그 아파트에 들어갔을 때에는 이미 피해자가 탈진상태에 있어 박카스를 먹여보려해도 입에서 흘려 버릴뿐 마시지 못하기에 얼굴에 모포를 다시 덮어씌워놓고 그대로 위 아파트에서 나와버렸는데 그때 피고인은 피해자를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병원에 옮기고 자수할 것인가, 그대로 두어 피해자가 죽으면 시체를 처리하고 범행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자살할 것인가등 두루 고민하다가 결국 병원에 옮기고 자수할 용기가 생기지 않아 그 대로 나와 학교에 갔다가 같은날 14:00경에 돌아와 보니 이미 피해자가 죽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로 미루어 보면, 피고인이 1980.11.15. 07:30경 포박 감금된 피해자의 얼굴에 모포를 덮어 씌워놓고 아파트에서 나올 때에는 그 상태로 보아 피해자를 방치하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내심으로 인정하고 있었음이 분명하고, 여기에 피고인이 피해자와는 물론 그 부모와도 면식이 있는 사이였었다는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었으면서도 피해자를 병원에 옮기고 자수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경에 이른 피해자를 그대로 방치한 소위에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용인할 수 밖에 없다는 내심의 의사 즉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3) 그렇다면 자기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하였음에도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피고인의 위와 같은 소위는 살인죄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충족하는 부작위였었다고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나. 피고인 이 숙경의 상고이유를 본다.

(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2항 제1호 소정의 죄는 형법 제287조의 미성년자 약취유인행위와 약취 또는 유인한 미성년자의 부모 기타그 미성년자의 안전을 염려하는 자의 우려를 이용하여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이를 요구하는 행위가 결합된 단순일죄의 범죄이다.

비록 타인이 미성년자를 약취, 유인한 행위에는 가담한 바 없다 하더라도 사후에 그 사실을 알면서 약취, 유인한 미성년자의 부모 기타 그 미성년자의 안전을 염려하는 자의 우려를 이용하여 재물이 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요구하는 타인의 행위에 가담하여 이를 방조한 때에는 단순히 재물등 요구행위의 종범이 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합범인 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제2항 제1호 위반죄의 종범으로 의율함이 상당하다.

(2) 피고인 주영형이 미성년자 이윤상을 유인한 사실을 알면서 같은 피고인이 위 이윤상의 안전을 염려하는 부모의 우려를 이용하여 금품을 요구한 범행을 원심판시와 같은 방법으로 방조한 피고인 이숙경의 소위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2항 제1호 위반죄의 종범으로 의률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

대법관 윤일영(재판장) 정태균 김덕주 오성환

5. 위키피디어 설명

가. 개요

1980년 11월 13일 당시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윤상은 교사 주영형에 의해 납치되어 해가 바뀌도록 피해자나 용의자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자 안전을 위해 비공개수사로 진행되었으나 사건 발생 120일 뒤 공개수사로 진행되었다.
범인 주영형은 이윤상을 이불로 덮어 질식사시킨 뒤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였다. 주 교사는 노름빚 1천만원을 갚기 위해 자신이 가르치던 중학교의 제자를 납치하였으며, 수사과정에서 주 교사를 따르던 여고생 2명이 주 교사의 범행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이윤상은 납치된 지 1년 만에 강변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나. 전체범행에 대한 방조범은 가능하다는 사례 – 고 이윤상군 납치살해 사건

특가법 제5조의 2 제2항 제1호 소정의 죄는 형법 제287조의 미성년자 약취, 유인행위와 약취 또는 유인한 미성년자의 부모 기타 그 미성년자의 안전을 염려하는 자의 우려를 이용하여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이를 요구하는 행위가 결합된 단순일죄의 범죄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비록 타인의 미성년자 약취, 유인행위에는 가담한 바 없다 하더라도, 사후에 그 사실을 알면서 약취, 유인한 미성년자를 이용하여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요구하는 타인의 행위에 가담하여 이를 방조한 때에는, 단순히 재물 등 요구행위의 종범이 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합범인 위 특가법 제5조의2 제2항 제1호 위반죄의 종범에 해당한다(대법원 1982.11.23, 82도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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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역 폭발 사건

1. 사건: 대법원 1978. 9. 26. 선고 78도1996

2. 판결내용

피고인이 폭약을 호송하던 중 화차 내에서 금지된 촛불을 켜 놓은 채 잠자다가 폭약상자에 불이 붙는 순간 잠에서 깨어나 이를 발견하였다면 불이 붙은 상자를 뒤집어 쉽게 진화할 수 있고 또는 그 상자를 화차 밖으로 던지는 방법 등으로 대형폭발사고만은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화약호송책임자로서 더구나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로서의 진화 및 위험발생원인제거에 관한 의무에 위반하여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화차 안 모든 화약류가 한꺼번에 폭발하리라는 정을 예견하면서도 화차 밖으로 도주하였음은 부작위에 의한 폭발물파열죄가 성립된다.

3. 참고사항

가. 1995년도 개정형법은 제172조 제1항의 죄의 죄명을 폭발물파열죄에서 폭발성물건파열죄로 바꾸면서 화약을 그 객체에서 제외시켰다. 따라서 개정형법에 의하면 본 사건에서는 부작위에 의한 폭발물사용죄(제119조 제1항)가 성립한다.

나. 이리역 폭발사고에 대한 위키피디아 설명

(1) 사고 원인
인천에서 광주로 가던 한화의 전신인 한국화약의 화물 열차인 제1605열차는 당시 정식 책임자도 없이 다이너마이트와 전기 뇌관 등 40t의 고성능 폭발물을 싣고 이리역에서 출발 대기하던 중 폭발사고를 냈다.
당시 수사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호송원 신무일이 어둠을 밝히기 위해 밤에 켜 놓은 촛불이 화약상자에 옮겨 붙은 것이 원인이었다. 원칙적으로 열차의 단선 교행은 폭탄 및 화학 화물 화차가 여객 열차(만일 새마을호라 할지도)보다 우선 순위로 운행이 되고 있으며, 화약류 등의 위험물은 신호장, 신호소, 간이역은 물론 모든 철도역 내에 대기시키지 않고 바로 통과시켜야 하는 것을 무시하였고, 허술한 안전 의식이 인재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2) 피해 상황
당시 이리역에는 지름 30m, 깊이 10m의 거대한 웅덩이가 파였고 이리 시청 앞까지 파편이 날아갔다. 이리역 주변 반경 500미터 이내의 건물 9,500여채에 달하는 건물이 대부분 파괴되어 9,97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59명, 부상자는 1,343명에 달했다. 이 중 철도인은 16명이 순직하였다. 철도에서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는데, 기관차 5량, 동차 4량, 화차 74량, 객차 21량, 기중기 1량이 붕괴되었고, 이리역을 통과하는 호남선 130m와 전라선 240m가 붕괴되어 총 23억여원의 재산 피해를 낳기도 하였다.

보라매 병원 사건

1. 대법원 2004.6.24, 선고, 2002도995, 판결 살인(인정된 죄명 : 살인방조)·살인

2. 판시사항

[1] 살인죄에 있어서 범의의 인정 기준
[2] 공동정범의 성립요건
[3] 보호자의 간청에 따라 치료를 요하는 환자에 대하여 치료중단 및 퇴원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담당 전문의와 주치의에게 살인방조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4] 이른바 부진정부작위범에 있어서 부작위범의 보충성
[5] 정범의 실행행위 착수 이전의 방조행위와 종범의 성부(적극)
[6]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범죄사실을 방조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3. 판결요지

[1] 살인죄에 있어서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더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서 살인의 범의가 인정된다.

[2]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범죄를 실행하였을 것이 필요하고,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란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3] 보호자가 의학적 권고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요하는 환자의 퇴원을 간청하여 담당 전문의와 주치의가 치료중단 및 퇴원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에 대하여 보호자, 담당 전문의 및 주치의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담당 전문의와 주치의에게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대한 정범의 고의는 인정되나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나 그에 이르는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저지·촉진하는 등으로 지배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공동정범의 객관적 요건인 이른바 기능적 행위지배가 흠결되어 있다는 이유로 작위에 의한 살인방조죄만 성립한다고 한 사례.

[4] 어떠한 범죄가 적극적 작위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음은 물론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하는 소극적 부작위에 의하여도 실현될 수 있는 경우에, 행위자가 자신의 신체적 활동이나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타인의 법익 상황을 악화시킴으로써 결국 그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는 작위에 의한 범죄로 봄이 원칙이고, 작위에 의하여 악화된 법익 상황을 다시 되돌이키지 아니한 점에 주목하여 이를 부작위범으로 볼 것은 아니며, 나아가 악화되기 이전의 법익 상황이, 그 행위자가 과거에 행한 또 다른 작위의 결과에 의하여 유지되고 있었다 하여 이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

[5] 종범은 정범의 실행행위 중에 이를 방조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실행 착수 전에 장래의 실행행위를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하여 방조한 경우에도 성립한다.

[6]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 그 심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가벼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범죄사실을 방조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

4.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이 원심공동피고인과 공모하여 다음과 같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것이다.
(1) 피해자는 1997. 12. 4. 14:30 술에 취한 채 화장실을 가다가 중심을 잃어 기둥에 머리를 부딪치고 시멘트 바닥에 넘어지면서 다시 머리를 바닥에 찧어 경막 외 출혈상을 입고 (이름생략)병원으로 응급후송되었다.
(2) 피해자는 피고인들을 포함한 의료진에 의하여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져 의식이 회복되고 있었으나 뇌수술에 따른 뇌 부종으로 자가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호흡보조장치를 부착한 채 계속 치료를 받고 있었다.
(3) 피해자의 처 원심공동피고인은 여러 차례 피고인 1 등에게 집으로 퇴원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비추어 인공호흡장치가 없는 집으로 퇴원하게 되면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사망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으므로 피해자를 집으로 퇴원시키면 호흡정지로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게 되었음에도, 피해자가 차라리 사망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피해자를 퇴원시키는 방법으로 살해할 것을 결의하고, 1997. 12. 6. 14:20경과 18:00경 주치의인 피고인 2에게 도저히 더 이상의 치료비를 추가 부담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퇴원을 요구하였다.
(4)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집으로 퇴원시킬 경우 호흡이 어렵게 되어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는바, 피고인 2는 원심공동피고인이 여러 차례의 설명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치료비 등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퇴원을 고집하자 상사인 피고인 1에게 직접 퇴원 승낙을 받도록 하라고 하였고, 피고인 1은 1997. 12. 6. 10:00경 피고인 2로부터 위와 같은 원심공동피고인의 요구사항을 보고 받은 후, 자신을 찾아온 원심공동피고인에게 피해자가 퇴원하면 사망한다고 설명하면서 퇴원을 만류하였으나 원심공동피고인이 계속 퇴원을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 2에게 피해자의 퇴원을 지시하였다.
(5) 원심공동피고인이 퇴원수속을 마치자 피고인 2는 피고인 3에게 피해자를 집까지 호송하도록 지시하였고, 그에 따라 같은 날 14:20경 피고인 3과 원심공동피고인 등이 피해자를 중환자실에서 구급차로 옮겨 싣고 피해자의 집까지 데리고 간 다음, 피고인 3이 원심공동피고인의 동의를 받아 피해자에게 부착하여 수동 작동 중이던 인공호흡보조장치와 기관에 삽입된 관을 제거하여 감으로써 그 무렵 피해자로 하여금 호흡정지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1) 피고인 1은 (이름생략)병원 신경외과 전담의사, 피고인 2는 같은 과 3년차 수련의, 피고인 3은 1년차 수련의로 각 근무하던 자이다.
(2) 피해자는 1997. 12. 4. 14:30경 자신의 주거지에서 경막 외 출혈상을 입고 (이름생략)병원으로 응급 후송되어 같은 날 18:05경부터 피고인 1의 집도와 피고인 2 등의 보조로 경막 외 혈종 제거 수술을 하였고, 다음날 02:30경 수술을 마친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자발호흡이 불완전하여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로 계속 합병증 및 후유증에 대한 치료를 받게 되었다.
(3) 수술 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피해자는 1997. 12. 5. 04:00경 대광반사(對光反射, light reflex)가 돌아왔고, 그 후 눈 뜨는 반응에서는 ‘부르면 눈을 뜨고 있는 상태'(글라스고우 혼수척도 Glasgow coma scale E3)로, 운동 반응에 있어서는 ‘통증을 가하면 통증을 가하는 위치로 손, 발을 이동하거나 제지하는 등의 반응'(글라스고우 혼수척도 M5)으로 호전되어 갔고, 그에 따라 피고인 2는 뇌 부종에 따른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수술 후 매 15분마다 측정하던 의식 수준, 동공 크기, 대광반사 여부를 1시간마다 측정하도록 하였다.
(4) 또한, 호흡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상태에 따라 인공호흡기의 호흡 방법, 호흡 회수, 산소 농도, 공기 공급량 등이 조절되었는데 퇴원 당시 인공호흡기에 의한 호흡 회수는 수술 후 16회에서 12회로, 산소농도는 100%에서 40%(일반적인 공기의 산소농도는 20%)로 호전된 상태였으나 1997. 12. 6. 01:40경 호흡음이 거칠고 양측 폐의 아래쪽에서 호흡음이 감소되었고, 같은 날 09:20경 폐 우상엽 쪽에서 거친 소리가 들리고 환기능력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는 등 퇴원 당시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경우 자발호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었고, 수술 후 수술 부위에서 피가 자꾸 배어 나와서 1997. 12. 5. 21:00경 수술 부위를 다시 봉합하였으나 그 후에도 수술 부위에서 피가 계속 배어 나와 수술상처 배액기구로 피를 배액(排液, drainage)하고 있는 상태였다.
(5) 한편, 피해자의 처 원심공동피고인은 수술 후 피고인 2로부터 피해자의 혈종이 완전히 제거되었고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을 들었으나 그 때까지 260만 원 상당의 치료비가 나온 것을 알고 향후 치료비도 부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금은방을 운영하다가 실패한 후 17년 동안 무위도식하면서 술만 마시고 가족들에 대한 구타를 일삼아 온 피해자가 살아 남아 가족들에게 계속 짐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사망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여 경제적 부담을 빌미로 피해자의 퇴원의 허용을 계속 요구하였다.
(6) 이에 피고인 1, 피고인 2는 수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상태에 비추어 지금 퇴원하면 죽게 된다는 이유로 퇴원을 극구 만류하고 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으면 차라리 1주일 정도 기다렸다가 피해자의 상태가 안정된 후 도망가라고까지 이야기하였으나 원심공동피고인은 피해자의 퇴원을 고집하였고, 1997. 12. 6. 14:00경 피고인 1, 피고인 2로부터 퇴원시 사망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퇴원 후 피해자의 사망에 대해 법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귀가서약서에 서명하였다.
(7) 피고인 1, 피고인 2는 환자의 보호자가 그 퇴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태에서 퇴원 요구를 거부한 후 발생될 치료 결과에 대한 책임이나 향후치료비의 부담이라고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제기되자 보호자의 환자에 대한 퇴원 요구를 거부하면서 의사가 치료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근거 등에 대하여 더 이상 생각해 보지 않은 채 피해자의 퇴원을 위한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
(8) 피고인 2는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 3에게 피해자의 퇴원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하였고, 피고인 3은 1997. 12. 6. 14:00경 피해자에게 부착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원심공동피고인과 함께 위 병원 구급차로 피해자를 후송하면서 인공호흡보조장치를 사용하여 수동으로 호흡을 보조하다가 피해자의 주거지에 도착한 후 원심공동피고인에게 인공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하게 될 경우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고지한 후 인공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하였다.
(9) 피해자는 피고인 3이 떠난 후 5분도 안되어 목 부위에서 꺽꺽거리는 등의 소리를 내며 불완전하게 숨을 쉬다가 뇌간(腦幹) 압박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사망하였다.

5.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원심 판단의 당부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13, 피고인 2(이하 ‘피고인들’이라 할 때는 이 두 피고인을 가리킨다)가 피해자의 퇴원을 위하여 취한 조치와 그로 인한 치료행위의 중단은 한 개의 사실관계의 양면으로 서로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서, 의사(意思)의 관점에서 볼 때 피고인들에 대한 비난은 피고인들이 소극적으로 치료행위를 중단한 점에 있다기보다는 원심공동피고인의 퇴원 요청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퇴원에 필요한 조치를 취한 점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고,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퇴원시킬 당시 원심공동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려서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하리라는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을 뿐 나아가 그러한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는 없었다 할 것이어서 정범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부작위에 의한 살해행위가 아니라 원심공동피고인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 실행을 용이하게 한, 작위의 방조행위로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정범으로 처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을 작위에 의한 살인방조죄로 처단하였다.

나.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

(1) 살인죄에 있어서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더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서 살인의 범의가 인정되는 것인바(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3도949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경막하 출혈상을 입고 9시간 동안 두개골 절제술 및 혈종 제거수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로 계속 합병증 및 후유증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불과 하루 남짓이 경과한 상태에서 피해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등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 종국에는 사망할 가능성 내지 위험성이 있음이 예견되었고, 피고인들 또한, 담당 전문의와 주치의로서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비록 원심공동피고인의 요청에 의하여 마지 못해 치료를 중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대한 미필적 인식 내지 예견마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인들에게 정범의 고의가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2) 그러나 다른 한편,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범죄를 실행하였을 것이 필요하고,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란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는바 (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2도7477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여 드러난 사정들, 즉, 피고인들이 원심공동피고인의 퇴원 조치 요구를 극구 거절하고, 나아가 꼭 퇴원을 하고 싶으면 차라리 피해자를 데리고 몰래 도망치라고까지 말하였던 점, 퇴원 당시 피해자는 인공호흡 조절수보다 자가호흡수가 많았으므로 일단 자발호흡이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수축기 혈압도 150/80으로 당장의 생명유지에 지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동맥혈 가스 분석 등에 기초한 폐의 환기기능을 고려할 때 인공호흡기의 제거나 산소 공급의 중단이 즉각적인 호흡기능의 정지를 유발할 가능성이 적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처 원심공동피고인의 간청에 못 이겨 피해자의 퇴원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는 하였으나, 당시 인공호흡장치의 제거만으로 즉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고(피해자가 실제로 인공호흡장치를 제거한지 5분 정도 후에 사망하였다는 것만으로 그러한 결과가 사전에 당연히 예견되는 것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의 담당 의사로서 피해자의 퇴원을 허용하는 행위를 통하여 피해자의 생사를, 민법상 부양의무자요 제1차적 보증인의 지위에 있는 원심공동피고인의 추후 의무 이행 여부에 맡긴 데 불과한 것이라 하겠고, 그 후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나 그에 이르는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피고인들이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저지·촉진하는 등으로 지배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들에게는 앞에서 본 공동정범의 객관적 요건인 이른바 기능적 행위지배가 흠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3) 따라서 피고인들이 원심공동피고인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이를 방조하였을 뿐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피고인 1,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1) 어떠한 범죄가 적극적 작위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음은 물론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하는 소극적 부작위에 의하여도 실현될 수 있는 경우에, 행위자가 자신의 신체적 활동이나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타인의 법익 상황을 악화시킴으로써 결국 그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는 작위에 의한 범죄로 봄이 원칙이고, 작위에 의하여 악화된 법익 상황을 다시 되돌이키지 아니한 점에 주목하여 이를 부작위범으로 볼 것은 아니며, 나아가 악화되기 이전의 법익 상황이, 그 행위자가 과거에 행한 또 다른 작위의 결과에 의하여 유지되고 있었다 하여 이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은 피고인 3에게 피해자를 집으로 후송하고 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할 것을 지시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통하여 원심공동피고인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를 도운 것이므로, 이를 작위에 의한 방조범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처럼 형법상 작위와 부작위의 구별 및 방조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아가 피고인들의 행위를 작위에 의한 방조범으로 보는 이상 치료위임계약의 해지에 관한 법리오해 및 수임인의 긴급처리의무·의사의 교체(이른바 轉醫)의무 등 피고인들의 작위의무와 관련된 각종 법리오해 등은 어느 것이나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원심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이 한 같은 취지의 원심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
(2) 원심은 피고인들이 피고인 3으로 하여금 원심공동피고인과 함께 피해자를 집까지 데리고 간 다음 인공호흡보조장치와 기관에 삽입된 관을 제거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인정한 이상,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에 피고인들이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처럼 범죄사실을 특정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도 볼 수 없다.
(3) 원심은, 피고인 2가 신경외과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을 밟고 있는 전공의로서 퇴원이나 치료 중단을 결정할 권한이 없고, 또 실제로 퇴원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 하여도, 피고인 2는 피해자가 처음 응급실로 왔을 때부터 퇴원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치료를 담당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나아가 피해자가 퇴원하면 원심공동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베풀지 아니하여 사망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정까지 알면서도 원심공동피고인의 범행을 방조한 이상, 위와 같은 사정은 살인방조죄의 성립을 좌우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이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모두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찾아볼 수 없다. 피고인 2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정범의 고의가 없다고 본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잘못이나, 방조의 고의를 인정한 조치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은 방조범의 성립에 요구되는 정범의 고의와 방조의 고의를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어서, 위와 같은 원심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결국, 원심의 판단에는 방조범의 고의에 관한 법리 및 의학적 권고에 반하는 환자의 퇴원(discharge against medical advice)에 있어 의사(醫師)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으므로, 이 부분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치료를 요하는 피부양자를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원심공동피고인의 행위가 경제적 곤궁으로 인한 것이라거나, 피고인들이 피해자에 대한 치료를 지속시키기 위하여 원심공동피고인을 설득하는 등 최선을 다하였으나, 원심공동피고인이 마음을 바꾸지 아니하여 불가피하게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은 모두 형의 양정에 참작할 사정에 불과하므로,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과는 달리 원심공동피고인을 살인죄의 정범으로, 피고인들을 방조범으로 각 처단한 원심의 조치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정당행위 및 정범의 실행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6) 종범은 정범의 실행행위 중에 이를 방조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실행 착수 전에 장래의 실행행위를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하여 방조한 경우에도 성립하므로( 대법원 1996. 9. 6. 선고 95도255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피고인들의 행위가 원심공동피고인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를 방조한 것으로 본 데에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으며, 가사 피해자가 매우 위독한 상태에 있었다 하여도 회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닌 이상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합법칙적 연관 내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는 보기 어렵다. 피고인들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7)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 그 심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가벼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범죄사실을 방조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도456 판결 참조).
원심이 공소장 변경 없이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을 살인방조죄로 처단한 조치는 위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처럼 공소장 변경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4.  결 론

따라서 피고인 1, 피고인 2와 검사의 각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피고인 1, 피고인 2와 검사의 각 상고를 기각한다)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박재윤(주심)

5. 관련 기사 및 자료

http://s.hankyung.com/board/view.php?id=saengle&no=105

스페인 법원은 반인륜범죄에 대해 세계주의 채택한 입법례

1. “북 김정은 반인륜범죄로 스페인법원에 고발당해” 제하의 2012. 4. 11.자 조선일보 기사에 의하면,


북한정의연대가 북한인권개선모임, 일본의 북조선구호난민기금, 미국의 헬핑핸즈코리아, 영국의 재영(在英)조선인총연합회 등과 함께 북한 최고 지도자 김정은을 반인륜범죄 혐의로 스페인 국가법원에 13일(현지시각) 고발했다고 한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4/11/2012041100808.html)  
북한전역에서 체제유지 수단으로 자행되는 광범위한 살인, 말살, 고문, 착취 등이 고발이유라고 한다.



스페인 국가법원은 다른 국가에서 벌어진 집단학살, 테러 같은 반인륜 범죄를 처벌하는 보편적 관할권을 행사하는데, 1998년 대량 학살과 고문 등의 반인륜범죄 혐의로 칠레 독재자 피노체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사실이 있다고 한다. 


2. 형법의 적용범위에 관한 입법주의에는 속지주의, 속인주의, 보호주의, 세계주의가 있다.


우리 형법은 속지주의와 속인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보호주의를 예외적으로 규정하여 속지, 속인주의를 보충하고 있다. 
외국인의 국외범에 대해서는 보호주의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한 형법이 적용되지 않고 우리나라 법원의 형사재판관할권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스페인 법원은 반인륜범죄에 대해서 세계주의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