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침 사건

1. 봉침사건 대법원 2011.4.14. 선고 2010도10104 업무상과실치상·의료법위반

2. 판시사항

   [1]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과 판단 기준 및 ‘한의사의 경우’에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한의사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문진하여 과거 봉침(蜂針)을 맞고도 별다른 이상반응이 없었다는 답변을 듣고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생략한 채 환부에 봉침시술을 하였는데, 피해자가 위 시술 직후 쇼크반응을 나타내는 등 상해를 입은 사안에서, 피고인이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하지 않은 과실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3]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의료행위를 하여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한 경우 업무상 과실로 인한 형사책임을 지기 위한 요건 및 ‘한의사의 경우’에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4] 한의사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문진하여 과거 봉침을 맞고도 별다른 이상반응이 없었다는 답변을 듣고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환부에 봉침시술을 하였는데, 피해자가 위 시술 직후 쇼크반응을 나타내는 등 상해를 입은 사안에서, 피고인의 설명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3. 판결요지

   [1]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였고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하고, 과실의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여기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한의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 한의사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문진하여 과거 봉침을 맞고도 별다른 이상반응이 없었다는 답변을 듣고 알레르기 반응검사(skin test)를 생략한 채 환부인 목 부위에 봉침시술을 하였는데, 피해자가 위 시술 직후 아나필락시 쇼크반응을 나타내는 등 상해를 입은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과거 알레르기 반응검사 및 약 12일 전 봉침시술에서도 이상반응이 없었던 피해자를 상대로 다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설령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반 사정에 비추어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하지 않은 과실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3]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의료행위를 하여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과실로 인한 형사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상해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취득 과정의 잘못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이는 한의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4] 한의사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문진하여 과거 봉침을 맞고도 별다른 이상반응이 없었다는 답변을 듣고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환부인 목 부위에 봉침시술을 하였는데, 피해자가 위 시술 직후 쇼크반응을 나타내는 등 상해를 입은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봉침시술에 앞서 설명의무를 다하였더라도 피해자가 반드시 봉침시술을 거부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없어, 피고인의 설명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3. 판결이유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알레르기 검사에 관하여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하고, 그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하고(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371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한의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봉침(蜂針)시술 전에 실시하는 알레르기 반응검사(skin test)는 봉독액 0.05㏄ 정도를 팔뚝에 피내주사한 다음 10분 내지 15분 후에 피부반응 등을 살피는 방식으로 하고, 최초의 알레르기 반응검사에서 이상반응이 없음이 확인된 경우에는 통상 시술 시마다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하지는 않는 사실, 피해자는 2007. 4. 13. ○○한방병원에서 봉독액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받았으나 이상반응이 없어 봉침시술을 받은 후, 2007. 4. 16. 이후 2007. 5. 8.까지 ○○한방병원에서 약 8회에 걸쳐 시술 전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받지 않은 채 봉침시술을 받았고, 2008. 12. 1.에는 ‘경추염좌’로 경추 부위에 10% 농도의 봉침시술을 받기도 하였는데, 그때마다 시술 후 별다른 이상반응이 없었던 사실, 피고인 1은 2008. 12. 13. 목디스크 치료를 위해 내원한 피해자에게 문진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과거에 봉침을 맞았으나 별다른 이상반응이 없었다는 답변을 듣고 환부인 피해자의 목 부위에 1 : 8,000의 농도인 봉독액 0.1㏄를 1분 간격으로 모두 4회에 걸쳐 시술하였는데 그 투여량은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투여량과 같은 정도인 사실, 그런데 피해자는 봉침시술을 받고 5~10분 후 온몸이 붓고 가려우며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등 아나필락시 쇼크반응을 나타내서 응급처치를 받았고, 이후 피해자는 아주대학교병원에서 향후 3년간 벌독에 대한 면역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사실, 아나필락시 쇼크는 봉침시술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과민반응 중 전신·즉시형 과민반응으로서 10만 명당 2~3명의 빈도로 발생하는데, 봉독액 용량과 반응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알레르기 반응검사에서 이상반응이 없더라도 이후 봉침시술과정에서 쇼크가 발생할 수도 있는 등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과거 알레르기 반응검사에서 이상반응이 없었고 피고인 1이 시술하기 약 12일 전의 봉침시술에서도 이상반응이 없었던 피해자를 상대로 다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설령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4회에 걸쳐 투여한 봉독액의 양이 알레르기 반응검사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양과 비슷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이 봉침시술 과정에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채 봉독액을 과다하게 투여한 경우라고 볼 수도 없다. 또한 아나필락시 쇼크는 항원인 봉독액 투여량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투여량에 의존하여 발생하는 경우에도 쇼크증상은 누적투여량이 일정 한계(임계치)를 초과하는 순간 발현하게 될 것인데, 알레르기 반응검사 자체에 의하여 한계를 초과하게 되거나 알레르기 반응검사까지의 누적량이 한계를 초과하지 않더라도 그 이후 봉침시술로 인하여 한계를 초과하여 쇼크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하지 않은 점과 피해자의 아나필락시 쇼크 내지 3년간의 면역치료를 요하는 상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인 1의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아나필락시 쇼크가 발생하고 벌독에 대한 면역치료를 받아야 되는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한의사의 봉침시술상 업무상 과실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은 없다.

   나. 설명의무에 관하여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의료행위를 하였고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의사가 업무상 과실로 인한 형사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상해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취득 과정에서의 잘못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이는 한의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해자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봉침시술을 받아왔었고 봉침시술로 인하여 아나필락시 쇼크 및 면역치료가 필요한 상태에 이르는 발생빈도가 낮은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 1이 봉침시술에 앞서 피해자에게 설명의무를 다하였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반드시 봉침시술을 거부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1의 설명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한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관한 판단누락,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양형부당만을 항소이유로 내세워 항소하였으므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이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는 것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고(대법원 1990. 10. 10. 선고 90도1688 판결 등 참조), 10년 미만의 징역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원심판결에 양형부당의 위법이 있다는 주장 또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결론

   그러므로 검사 및 피고인 2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양창수

할로테인 마취 사건

1. 할로테인 마취 사건, 대법원 1990.12.11. 선고 90도694 업무상과실치사

2. 판시사항

   가. 수술주관의사 또는 마취담당의사가 할로테인을 사용한 전신마취에 의하여 난소종양절제수술을 함에 앞서 혈청의 생화학적 반응에 의한 간기능검사로 환자의 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아니한 채 개복수술을 시행하여 환자가 급성전격성간염으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위 의사들의 업무상과실 유무(적극)

   나. 위 “가”항의 경우에 혈청의 생화학적 반응에 의한 간기능검사를 하지 않거나 이를 확인하지 아니한 의사들의 과실과 수술 후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거없이 인정하였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3. 판결요지

   가. 전신마취에 의한 개복수술은 간부전을 일으키고 간성혼수에 빠지게 하기도 하는데 특히 급만성간염이나 간경변 등 간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90% 이상이 간기능이 중악화하고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개복수술 전에 간의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피해자의 수술시에 사용된 마취제 할로테인은 드물게는 간에 해독을 끼치고 특히 이미 간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간장애를 격화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이러한 환자에 대하여는 그 사용을 주의 또는 회피하여야 한다고 의료계에 주지되어 있으며 이 사건 사고당시 의료계에서는 개복수술 환자의 경우 긴급한 상황이 아닌 때에는 혈청의 생화학적 반응에 의한 간기능검사를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면, 응급환자가 아닌 난소종양환자의 경우에 있어서 수술주관의사 또는 마취담당의사인 피고인들로서는 난소종양절제수술에 앞서 혈청의 생화학적 반응에 의한 검사 등으로 종합적인 간기능검사를 철저히 하여 피해자가 간손상 상태에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한 후에 마취 및 수술을 시행하였어야 할 터인데 피고인들은 시진, 문진 등의 검사결과와 정확성이 떨어지는 소변에 의한 간검사 결과만을 믿고 피해자의 간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아니한 채 할로테인으로 전신마취를 실시한 다음 이 사건 개복수술을 감행한 결과 수술 후 22일만에 환자가 급성전격성간염으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피고인들에게 업무상과실이 있다 할 것이다.

   나. 위 “가”항의 경우에는 혈청에 의한 간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거나 이를 확인하지 않은 피고인들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려면 피고인들이 수술 전에 피해자에 대한 간기능검사를 하였더라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임이 입증되어야 할 것인데도(수술 전에 피해자에 대하여 혈청에 의한 간기능검사를 하였더라면 피해자의 간기능에 이상이 있었다는 검사결과가 나왔으리라는 점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 원심은 피해자가 수술당시에 이미 간손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거 없이 인정함으로써 채증법칙위반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4. 원심판결

원심은 피해자가 원판시 난소종양절제수술을 받기 위하여 1980.11.5. 연세대학교 의과대학부속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후 같은 해 11.28. 극도의 간괴사에 의한 간성혼수로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증상, 그 변화 및 치료의사의 진료경위사실과 피해자의 사망에 관계되는 전신마취에 의한 개복수술과 간이상 유무의 검사, 마취제 할로테인(hanlothane)의 사용과 간손상과의 관계, 뇨검사에 의한 간기능검사와 혈청에 의한 간기능검사와의 차이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판시 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수술 후 약 1주일 정도 경과하여 급성전격성간염의 증상이 진단된 간부전으로 사망하였고 그 원인이 될만한 다른 질병의 감염이나 마취제 할로테인 이외의 간에 독성을 미칠 만한 약품이 검증되지 아니하였으며 피해자의 증상이 할로테인간염의 증상과 유사하고 피해자가 위 마취제 할로테인에 과민반응을 일으킬 만한 특이체질이라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도 없을 뿐더러 원심판시와 같이 피해자에 대하여 실시한 비(B)형간염의 항원 및 항체 검사결과가 그 검사시기에 모두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하여 이것만으로는 피해자가 수술당시에 비(B)형간염에 의한 간장애가 없었다고 볼 자료도 되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 간부전의 원인은 피해자가 수술당시에 이미 간장애가 있었고 이것이 할로테인에 의한 마취와 개복수술에 의하여 극악화한 것으로 인정된다 할 것이므로 피해자의 수술에 관하여 수술주관의사인 피고인 1로서는 개복수술이 간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할로테인을 사용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므로 개복수술에 앞서 환자인 피해자의 간의 이상유무를 혈청의 생화학적반응에 의한 검사 등으로 종합적인 간기능검사를 철저히 하였어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 정확성이 떨어지는 소변에 의한 검사만을 실시하고 그 검사결과만을 믿고 수술을 한 과실이, 마취담당의사인 피고인 2로서는 마취, 특히 할로테인이 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므로 마취 전에 간기능검사가 정확히 행하여졌는지를 확인하고 마취에 임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소변에 의한 간검사 결과만을 믿고 할로테인에 의하여 마취를 감행한 과실이 있고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간장애상태에 있음을 알지 못함으로써 할로테인으로 마취를 하여 개복수술을 하였고 피해자의 치료에 관한 주관의사인 피고인 1로서는 수술 후에도 피해자에게 같은 해 11.12. 고열이 발생할 때까지 종합적인 간기능검사를 전혀 시행하지 아니한 일련의 과실로 피해자가 급성전격성간염에 빠져들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하고 그 판시소위를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의율하여 피고인들을 처벌하고 있다.

5. 대법원 판단

원심판결과 원심이 들고 있는 제1심판결의 채택증거에 의하면 원심확정사실 중 피해자는1980.11.5. 그로부터 3년전 출산시에 의사로부터 우측 난소종양에 대한 진찰과 치료를 받으라고 권고를 받은 일이 있는데 1개월전부터 하복부 불편감과 배부요통을 다시 느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세브란스병원에 산부인과 외래를 거쳐 입원하여 판시와 같은 수술적합성여부의 확인을 위한 검사 후 전신마취를 거쳐 난소 종양제거수술을 받게된 사실, 전신마취에 의한 개복수술은 수술침습이라 하여 수술중 혈압강하 등으로 인한 간혈류장애, 저산소증 등을 초래하여 간부전을 일으키고 간성혼수에 빠지게 하기도 하는데 간기능에 이상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일과성으로 1개월 이내에 정상으로 회복되나 급만성간염이나 간경변 등 간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90% 이상이 간기능이 증악화하고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따라서 개복수술 전에 간의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것은 필수적인 사실, 피해자의 수술시에 사용된 마취제 할로테인은 드물게는 간에 해독을 끼치고 특히 이미 간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간장애를 격화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이러한 환자에 대하여는 그 사용을 주의 또는 회피하여야 한다고 의료계에 주지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사고당시 의료계에서는 개복수술 환자의 경우 긴급한 상황이 아닌 때에는 혈청의 생화학적 반응에 의한 간기능검사를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던 사실, 그 당시 위 병원에서는 전신마취제로는 할로테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응급환자가 아닌 피해자의 경우에 있어서 수술주관의사 또는 마취담당의사인 피고인들로서는 수술에 앞서 혈청의 생화학적 반응에 의한 검사 등으로 종합적인 간기능검사를 철저히 하여 피해자가 간손상 상태에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한 후에 마취 및 수술을 시행하였어야 할 터인데 피고인들은 시진, 문진 등의 검사결과와 정확성이 떨어지는 소변에 의한 간검사 결과만을 믿고 피해자의 간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아니한 채 할로테인으로 전신마취를 실시한 다음 이 사건 개복수술을 감행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에게는 위와 같은 과실이 있다 할 것이다.

   원심은 피고인 1이피해자 수술 후 1980.11.12. 고열이 발생할 때까지 종합적인 간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을 위 피고인의 과실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감정서(의무기록 및 진료일지)의 기재에 의하면 위 피고인은 수술 후 6일째 피해자의 발열현상에 대하여 절개부위감염, 살모넬라증 등을 의심하여 내과 전문의의 자문을 얻어 치료를 하였으나 고열상태가 지속되어 2일 후 불명열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내과로 전과(轉科)조치를 취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의 간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아니한 것이 위 피고인의 과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혈청에 의한 간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거나 이를 확인하지 않은 피고인들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려면 피고인들이 수술 전에 피해자에 대한 간기능검사를 하였더라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임이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즉 수술 전에 피해자에 대하여 혈청에 의한 간기능검사를 하였더라면 피해자의 간기능에 이상이 있었다는 검사결과가 나왔으리라는 점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검사결과 간에 이상이 있었더라면 의사인 피고인들로서는 피해자를 마취함에 있어 마취 후 간장애를 격화시킬 수도 있는 할로테인의 사용을 피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원심이 거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가 수술당시에 이미 간손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그밖에 일건기록에 의하여도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

   원심은 수술 후 8일째와 9일째 시행한 피해자에 대한 혈액화학검사결과에서 간손상이 있었으므로 수술 전에도 간손상이 있은 것으로 추정한 것으로 보이나 경험칙에 위반되는 것이어서 옳치 못한 것이고, 제1심 증인 최흥재의 증언도 피해자가 산부인과에서 내과로 전과되기 전에 이미 간이 나빴다는 취지일 뿐 수술 전부터 간에 이상이 있었다는 취지는 아니라 할 것이다.

   또 원심은 피해자에 대하여 실시한 비(B)형 간염의 항원 및 항체 검사결과가 그 검사시기에 모두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하여 이것만으로는 피해자가 수술당시에 비(B)형 간염에 의한 간장애가 없었다고 볼 자료도 되지 못한다고 판시하고 있지만 기록에 의하면 수술후 12일째 시행한 피해자에 대한 비(B)형 간염바이러스 검사결과가 음성이었음을 알 수 있으니 피해자의 간기능 이상의 원인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간염의 원인인 비(B)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하여 초래되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원심이 그 판시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에 대한 판시 소위가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나아가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있다.